10/06/2009

스크랩 :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 내지 않는다. (아고라 세일러님 글)

......

6. 빚으로 지탱해온 경제성장

7. 영구적인 팽창이 불가능한 이유 1

8. 신용(통화) 시스템: 영구적 팽창을 막는 제도

9.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저의 지난 글,

인플레인가, 디플레인가?

에 있는 신용창조 개념도를 다시 가져와 보겠습니다.






이 그림에서 소개한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은행이 만들어낸 대출금 총액이 13조 7,857억원임을 앞 글 인플레인가, 디플레인가? 에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은행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게 되는 금액의 합계는 애초에 주어진 본원통화 금액 5000억원과 일치하게 됩니다.



이 그림을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사회 내에 존재하는 돈은 모두 은행의 신용창조 결과 생겨난 돈(즉 은행의 대출을 통해 생겨난 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회 내에는 은행의 대출을 거치지 않은 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지갑 속에 들어있는 현찰, 장롱 속에 숨겨둔 돈, 중소기업의 금고 속에 들어있는 돈 등도 모두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중에서 다시 은행에 예금하지 않은 돈일 뿐입니다. 즉 대출원금에 포함된 돈인 것입니다.



위 신용창조 그림에 따른 대출이 이루어지고 나서 5년이 지나 이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자율은 5%로 치겠습니다. 그럼 5년 뒤에는 원금의 25%에 해당하는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위 그림에서 대출자들이 갚아야 할 돈은 이렇습니다.



A씨는 대출원금 5000억원 + 이자(25%) 1250.00억원,

B씨는 대출원금 4825억원 + 이자(25%) 1206.25억원,

C씨는 대출원금 4656.1억원 + 이자(25%) 1164.02억원,

D씨는 대출원금 4493.2억원 + 이자(25%) 1123.30억원,

......



결국 사회 내의 모든 사람들이 갚아야 할 원리금을 계산해보면

대출금 총액 13조 7,857억원 + 이자(25%) 3조 4,464.25억원, 이 됩니다.



그런데 애초에 은행이 신용창조를 통해서 만들어낸 돈은 13조 7,857억원뿐입니다. 사회 내에 존재하는 모든 돈은 이 금액만큼 밖에 없습니다. 그 외 다른 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자를 내기 위한 돈 3조 4,464.25억원은 부족한 것입니다.



결국 은행들이 신용창조를 통해 이 사회 내에 존재하는 돈을 만들어낼 때는,

대출원금만 만들어낼 뿐 나중에 대출을 갚을 때 내야 할 이자에 해당하는 돈은 만들어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용창조 총량 = 13조 7,857억원 < 대출원금:13조7,857억원 + 이자(25%):3조4,464.25억원 신용창조가 아무리 많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신용창조의 총량은 언제나 대출원금과 똑같습니다. 그럼 언제나 이자에 해당하는 돈은 사회 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중에 아무리 돈이 많이 공급되더라도(즉, 신용창조가 아무리 많이 되더라도) 경제 내에 돌아다니는 돈은 항상 부족하게 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은 은행의 대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은 이자를 발생시키는 ‘원본’일 뿐이며, 이자에 해당하는 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자를 낼 수 있으려면 다른 누군가의 원본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A씨는 부지런히 장사해서 돈을 벌어 이자까지 포함한 원리금을 모두 갚았습니다. 그것은 B, C, D,... 씨로부터 그들의 원본을 조금씩 가져와서 갚은 것입니다.

이게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하는 행위가 의미하는 것입니다.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B씨 역시 또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원본을 가져와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이어지면… 최종적으로 자신의 원본을 내어주고 다른 이의 원본을 가져오지 못하는 사람은 부도가 납니다.

돈이 이자를 붙여 빌려와야만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채무화폐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의 원리상 전체적으로 언제나 항상 돈이 모자라는 것이며 누군가는 부도를 내야 합니다. 의자 뺏기 게임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탈락해야 합니다.

EU가 유로화를 도입하는 정책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던 국제금융학 교수이자 통화개혁에 대한 책을 저술하기도 한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는, 우리 시대의 화폐시스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은행이 당신에게 담보대출로 10만 달러를 빌려주었다면 거기서는 원금만 발행한다.
그 돈을 당신이 소비하면 사회 안에서 유통된다.

은행은 당신에게 앞으로 20년에 걸쳐 20만 달러를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0만 달러, 즉 이자 부분은 은행이 발행하지 않았다.

대신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나머지 10만 달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

탐욕과 경쟁은 변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결과물이 아니다. …
탐욕과 결핍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우리가 이런 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폭되어 왔다. …
우리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 세상에는 분명히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일거리가 있다.

그러나 빚을 모두 갚을 만큼 충분한 돈은 없다. 결핍은 우리 통화 속에 있다. …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리에테르의 말은 오늘날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화폐제도의 냉혹한 일면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경제, 경제, 입에 달고 살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냉혹한 결과가 현실화 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대출을 추가로 계속 늘리는 것입니다(즉 통화량을 계속 늘리는 것).

먼저의 대출에 대한 이잣돈을 대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즉 통화량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시스템적인 냉혹함이 현실화되는 것을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추가 대출을 통해 이자를 갚아나가는 시스템은 피라미드 구조와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고 어떤 이유로 해서든 추가 대출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바로 붕괴하게 됩니다.

경제 내에 이잣돈을 낼 수 있는 돈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냉혹한 의자뺏기 게임의 결과가 드러나고 누군가는 부도가 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구조상 매우 불안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추가 대출이 멈추고 누군가 부도가 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요? 부도가 나면 채무를 청산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채무 = 신용(통화), 입니다.

채무가 청산된다는 것은 그 만큼 경제 내의 통화량이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대여자인 은행들은 대출손실이 늘어나기 때문에 신규대출이나 기존대출의 만기연장에 대해 더 소극적이 될 것입니다. 그럼 통화량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연쇄해서 일어나기 시작하면 경제 내에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신용수축, 디플레이션) 나머지 사람들은 돈을 벌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경제 내에는 여전히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낼 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의자뺏기 게임이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 부도가 나야 됩니다...

이처럼 이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한다는 상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팽창하든지 아니면 팽창을 멈추는 순간 바로 연쇄적인 수축으로 이어집니다.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인 것입니다.

경제 내에 끊임없이 긴장이 조성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경제활동 참여자들은 결코 편안한 상태라는 것을 맞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앞선 글에서 소개해드렸던 복리 계산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보겠습니다.

1달러를 연 6% 복리로 빌리면 40년이 안 돼 10달러가 됩니다. 10배가 넘게 되는 것입니다.

복리계산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처음에는 그래프가 수평이나 마찬가지로 별 게 아닌 거 같지만, 나중에는 거의 수직이 됩니다.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의 양이 늘어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그 가운데 10%를 연 6%의 복리로 빌려주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40년 안에 이 세상의 돈은 모두 은행 차지가 될 것입니다.

엘렌 브라운의 저서 ‘달러’는 19세기 영국에서 계산했던 복리계산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돈 5페니를 ... 서력기원 시작 때 5% 복리로 빌려 지금(1850년)까지 왔다면, 표준 순도의 금으로 직경 8,000마일짜리 공(거의 지구만한 크기다!)을 만들 경우 323억 6,664만 8,157개에 달한다. 지구만한 크기의 황금공 320억 개가 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중간에 누군가는 부도가 나고 채무의 원리금 자체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채무자도 망하고 대출을 해준 은행도 해당 대출금을 잃게 됩니다.

이 얘기들이 깨닫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이 이자를 붙여 빌려와야만 존재하는 현행 통화시스템은 영구적인 팽창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중간에 무너지게 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복리 그래프를 보면 나중에는 그래프가 거의 수직이 됩니다.

이 얘기는, 급격하게 불어나는 복리 이자에 대해 빚 총액을 늘림으로써 의자뺏기 게임이 현실화하는 것을 완화하는 것은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빚 총액을 늘려감으로써 영구히 계속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한 번씩 무너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한번씩 무너짐으로써 채무자는 부도가 나고 채권자인 은행은 채권을 날리게 됩니다(요새 은행들이 부실채권 문제로 인해 부도가 나고 있습니다). 강제적인 탕감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실제 역사를 살펴보아도 이렇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중간중간 무너뜨려 강제 탕감을 시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여기까지 설명드린 내용을 통해서,

신용(통화) 시스템에서 팽창이 영구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달아주시는 내용을 보면, 신용(통화) 시스템의 팽창이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고 해도 한동안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얘기는 지금이 아니라 훨씬 나중에 붕괴가 올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붕괴의 시점이 이제 임박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써나갈 내용들입니다.



‘영구적인 팽창이 불가능한 이유’를 정리해보니 담아야 할 내용이 상당히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더 써야 할 내용들이 많이 남아있다 보니 우선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댓글로 질문주신 내용들 중에 다같이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글을 마무리짓고 나서 정리해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주시는 내용 중에 상당수는 앞으로 쓰려고 하는 내용 중에 들어있기도 할 것입니다.



저의 글에 관심 가져주시고 조언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글을 모두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한 안내>



저의 글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 글을 처음부터 모두 읽지 않으신 분들은 전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실 수 없습니다.

저의 글을 처음부터 읽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이제는 글이 많이 쌓이다 보니 분량이 적지 않습니다만, 경제 문제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리기 위한 지식을 쌓고자 하신다면 그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셔야 한다고 봅니다.



저의 최근 글들에 댓글로 질문주신 내용들을 보면, 저의 글을 처음부터 읽으셨다면 다 아실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보입니다. 꼭 저의 글을 처음부터 읽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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