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2009

스크랩 : 눈먼 돈 (아고라 세일러님 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701550


패닉과 광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동원해 좇고 상상할 있는 규모를 넘어서는 대단한 분량이 쓰여졌다. 그렇지만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시점마다 엄청난 금액의 멍청한 돈이 부지기수의 멍청한 사람들 손에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당면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명분을 이유 삼아 이런 사람들의 -우리는 돈을 눈먼 (blind capital)이라고 부른다- 주기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불어나고 꿈틀대는 욕망에 주체를 못한다. 돈은 누군가가 자신을 집어 삼켜 주기를 갈망하며 흘러 넘친다’; 흘러 넘치는 돈이 누군가를 찾아내면 투기 벌어지고; 투기가 돈을 먹어 치우고 나면 패닉 발생한다.”

월터 배젓(Walter Bagehot) 19세기에 반복해서 벌어지던 금융위기에 대한 연구기록을 남겼는데,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19세기의 기록이건만 글을 읽어보면 그때나 21세기인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은 똑같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할 있습니다. 그리고 동양과 서양 사이에도 한결같음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한 결과일 있겠지만 단어를 만들어내는 착상이 동서양 사이에 거의 같은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인간의 본성이 같으니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그때마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글에서도 똑같이 눈먼 (blind capital)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부주의한 , 헤픈 , 정신없는 돈이라고 달리 부를 수도 있을텐데 다른 단어가 아니라 똑같이 눈먼(blind)’ 선택하고 있습니다.

눈먼 돈의 소유자들에 대한 언급에서도 착상의 유사함을 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눈먼 돈의 소유자를 언급할 상투적으로 귀부인과 성직자(ladies and clergymen)’ 등장했던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는 미망인과 고아(widows and orphans)’를 언급했다고 하네요.

우리의 경우는 애를 들쳐업은 엄마와 스님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증시가 꼭대기였을 언론에서 객장 풍경을 묘사할 때면 항상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다 HTS 많이 보급되면서 지금은 객장 풍경이 달라졌지요.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하게 목사, 미망인, 고아, 퇴역군인 등이 언급되곤 하는데, 다른 나라와 달리 추가로 언급되는 존재가 눈에 띄는데 노처녀 추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부유한 노처녀라고 특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요즘말로 하면 골드미스 합니다.

(이상은 모두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눈먼 돈의 소유주들이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킨들버거가 계속해서 소개하는 배젓의 말에 나옵니다.

광란이다. 이보다 온화한 말로 사태를 부를 없다. 상업적 관심에서 시작된 광란이 찢어지게 가난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내려왔다. 이들은 이에 휩쓸리다가 가장 심하게 털린 사람들이다. …점원과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비천한 하인들까지 늙고 병들었을 때를 대비해 모으고 있던 작은 돈을 투자했고

망상에 봉이 되어 가엾은 이들은 모아 작은 돈을 잃고 구호금으로 연명했다.”

저는 전에 베어마켓 랠리에 관한 글을 쓰면서 당시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인 순수한 개인 아니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개인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용잔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보면서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구절들이 생각나서 옮겨적어봤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투기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면서도 빠져드는 교란적 투기행위는, 복권을 때처럼 잃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참여하는 것이고, 이는 사람들에게 효용을 주는 도박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기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냉소적인 견해가 존재합니다.

정직한 사람을 사기칠 수는 없다 합니다. 사기의 피해자들이 비난해야 주된 대상은 사기범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라고 합니다.

어떤 정신병리학자들은 사기범과 그의 피해자들은 서로에게 만족을 주는 공생적인 애증의 관계 형성 속에 같이 묶여 있다고 믿는다는 군요.

세상은 속아 넘어가기를 원한다. 그러니 속도록 내버려 두라

라는 말도 있습니다.

현대문명은 문명의 속성상 개인을 무기력한 상태로 몰아넣는다고 합니다. 존재 자체의 무력감에 빠진 현대문명 속의 개인들은 결국 합법적인 도박판이 필요한 것일까요? 도박판에서라도 스릴을 맛보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

결국 판돈을 털리고 나서야 스스로를 자책하며 일터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수년 동안 근면하게 일해서 다시 있는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너무 냉소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요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많은 경우에 있어서 정말 스스로 속임을 당하기를 원하는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요즘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누군가가 자신을 집어 삼켜 주기를 갈망하는 돈들이 많아 보입니다. 배젓의 말대로, 투기가 돈을 먹어 치우고 나야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현재 우리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세력은 단순한 헤지펀드 정도가 아닌 매우 세력일 것이라는 견해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아주 세력이니 다를 알았습니다. 세계 시장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 한국주식시장에서 굳이 개미투자자들의 돈까지 빨아들이는 것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결국 현물주식까지도 모두 개미들에게 떠넘기려는 같습니다. 너무 한다 싶어 화가 나기도 하는데, 한편으로 보면 누구를 탓하랴 싶기도 합니다.

역시 킨들버거 책에 수록되어 있는 애덤 스미스의 말을 소개해드립니다.

역사의 기록을 점검하고, 당신 자신이 경험한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사적인 삶이나 공적인 경력에서 대단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 거의 모두-그들에 대해 당신이 읽었거나 전해 들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행동했는지 주의깊게 생각해 보라; 그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겪은 불행은 형편이 좋았을 , 다시 말해 가만히 앉아 자족했더라면 그저 좋았던 때를 그들이 몰랐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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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쉬었습니다. 이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서 앞으로는 1주일에 정도를 목표로 해서 써나가려고 합니다.

지난 번에 이어나가던 글을 마무리짓지 못했습니다만 글의 마무리는 잠시 미루기로 하고,

앞으로 불황( -> 경제위기 -> 공황) 생겨나는지에 관한 경제이론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이론들에 근거해서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려 합니다.

그동안 경제지표를 따져보는 것은 반복했기 때문에 다른 각도에서 현재의 상황을 짚어보려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최근 들어 의견을 바꾸었다고 수도 있는 대가들의 견해에 대해 분석해보려 합니다. 루비니, 소로스, 크루그먼

저의 글을 성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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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미실의 대사..

백성은 진실을 두려워하고 희망은 버거워합니다.
소통은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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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009

스크랩 : 구자범과 광주시향에 반하다

내년에 구자범 지휘자가 말러 2번을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봐야겠다.
지난번 말러 1번은 정말 대단했다.
광주에서 그런 걸 들을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아래 기사는 지난 말러 1번 연주회에 대한 기사...

http://www.cnetwork.kr/xeditor/board.php?mode=view&number=508&page=3&tbnum=1

구자범과 광주시향에 반하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성황리에 마쳐

2009.05.07 | 안이슬 기자



지난달 30일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새로운 상임지휘자 구자범 씨와 함께 성공적인 정기연주회를 마쳤다. 독특한 이력으로 화제를 모은 구 지휘자의 실력과 한 층 향상된 광주시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연주회였다.

올 3월, 1년 이상 공석이었던 상임지휘자 자리에 구 지휘자가 임명된 것은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의 수석 상임지휘자까지 역임한 그가 음악적 ‘변방’에 가까운 광주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첫 지휘에 거는 기대와 관심도 컸다.

이날 공연은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나단조 작품(조영창 첼리스트 협연)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외쳤고, 시향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 폴카로 화답했다.



ⓒ 문화웹진씨네트워크 안이슬
▲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구자범 상임지휘자와 광주시향 단원들.


말 러의 거인은 상당한 테크닉이 요구되어 연주와 지휘가 까다로운 곡이라 알려져 있다. 대중에게 익숙한 곡을 선택해 안전하게 첫 지휘를 마칠 수도 있었지만 구 지휘자가 거인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단원들의 자신감 향상을 위해서였다.

거인은 각 파트가 ‘솔로’처럼 제몫을 다해야 곡이 담고 있는 다채로움이 느껴지는 곡이다. 구 지휘자는 “조율은 제가 할테니,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 연주해달라”고 주문했다. 일 년 동안 지휘자가 공석이었던 데다, 시민들의 낮은 관심에 저하된 사기를 올려주고자 한 속 깊은 배려였다.

그의 바람대로 이번 공연은 단원들이 자신감을 되찾기에 충분했다. 앙코르 연주가 끝나고도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계속되는 커튼콜에 지친 지휘자가 악장을 데리고 들어가며 마지막 인사를 할 정도였다. 몇몇 단원들은 오랜만에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공연 이틀 전에 전석 매진

공연 티켓 판매량에서도 ‘구자범 효과’가 발휘됐다. 이전에 초대권석을 포함해 700~800여석이 채워졌다면, 이번 공연은 이틀 전에 1700여석이 매진되었다. 초대권은 발행하지 않았고, 정기회원 500여명을 제외하면 모두 유료 관객이었다. 이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수 십 명의 관객이 서서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문예회관은 예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기회원가입이 급증해 가입 제한을 공지했다. 현재 교향악단회원은 목표한 숫자를 넘겼고, 문예회관 우대회원도 가입 정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 우대회원이 더 늘게 되면 교향악단의 무료혜택을 폐지하고, 1인 2매에 한해 50% 할인 판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 광주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 정기회원가입이 급증해 가입제한 공지를 올린 광주문예회관.


이날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구 지휘자의 가족과 월간 <객석>의 발행인이자 연극인 윤석화 씨도 공연을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독특한 팜플렛, 문턱 없는 리셉션

관객들에게 무료로 배부된 공연 팜플렛도 독특했다. 철학을 전공한 지휘자의 성향 때문인지 내용면에서 달랐다. 음악 칼럼니스트들의 곡 해설 외에, 김동규 연세대 철학박사와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글을 실어 철학과 음악의 앙상블을 보여줬다. 지휘자와 관계자의 겉치레 취임사나 연주자들의 얼굴을 몇 장에 걸쳐 싣지 않아 군더더기 없고 유익했다.

관계자들만 출입하던 리셉션장의 고압적인 분위기도 허물었다. 인터미션과 공연이 끝나고 펼쳐진 리셉션에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맥주와 음료를 제공하고 공연의 여흥을 즐기게 했다. 이번 공연에는 미처 알지 못하고 공연장을 빠져나간 시민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관객이 참여하도록 계속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 문화웹진씨네트워크 안이슬
▲ 관람객에게 배부된 공연팜플렛. 총 23쪽에 이르는 '미니북'은 곡의 이해를 도우는데 손색이 없었다.


공연 후에는 개인 블로그와 광주시향 카페에 정기 공연 후기가 속속 올라왔다. 또한 고전음악 애호가들이 주로 가입된 고클래식(http://www.goclassic.co.kr/)에도 관람기가 올라왔다. 후기에는 독일에서 건너온 젊은 지휘자와 함께 광주시향이 무언가를 해낼 것 같다는 기대들로 가득했다.

한 영화커뮤니티의 레드필은 “연주자들 중에 연주하는 모습만 보아도 소리가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구 지휘자가 그랬다”며 “오케스트라 단원 입장에서는 환장할 만큼 신나는 상황이었고 관객입장에서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보게 된 것”이라 전했다.

고클래식의 negative는 “드보르작에서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말러에서 30년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파트별로 깨끗이 빠져나오는 시향의 소리를 들었다”며 “지휘는 과감하고 힘이 넘쳤고, 프레이즈는 뉘앙스가 살아 생생했고 자질구레한 리듬의 변화에도 단원들이 정확하게 잘 따라왔다”고 썼다.



ⓒ 문화웹진씨네트워크 안이슬
▲ 관객들은 지휘자가 퇴장하고도 기립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한 악장 끝나면 박수가

공연 내용은 흠잡을 곳 없었으나 관람 태도가 다소 아쉬웠다.

콘서트장에는 일명 ‘안다 박수’가 있다.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실린 이 말은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오는 박수를 의미한다. ‘나는 음악이 언제 끝나는 지 안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여운을 느낄 사이도 없이 잰 체하며 치는 박수다.

광주시향의 공연에서는 ‘안다 박수’ 보다 ‘모른다 박수’가 더 많이 나왔다. 첫 박수는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1악장이 끝나고 나서 터졌다. 첫 박수는 클래식 공연에 관심을 두지 않던 관객들이 공연장의 ‘룰’을 깜박하고 쳤던 것이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다음 ‘모른다 박수’는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2악장을 끝내고 3악장에 들어가려고 지휘자가 예비박을 주는 순간, 다시 박수가 터진 것이다. 결국 관객들의 박수 때문에 3악장은 어수선하게 시작해야했다.

그러나 더 큰 ‘재앙’은 ‘말러의 거인’에서 있었다. 2악장 게네랄파우제 (모든 악기가 일제히 쉬는 것으로 악곡의 흐름을 갑자기 정지시키는 효과적인 기법)에서 박수가 다시 터진 것이다. 만약 관객들이 사전에 곡을 들어보고 음을 귀에 익게 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헤프닝이었다.